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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천천히 걷는 바닷마을, 로비니에서 만난 지중해의 하루


슬로베니아를 지나 크로아티아 북부 이스트리아 반도에 들어서면 풍경은 다시 한 번 달라집니다.

푸른 아드리아해가 눈앞에 펼쳐지고, 언덕 위에는 붉은 지붕들이 다정하게 모여 있습니다.

멀리서 처음 로비니(Rovinj)를 바라본 순간, '한 폭의 그림 같다'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주차장에서 도시를 바라보면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구시가지와 하늘을 향해 솟은 성 에우페미아 성당의 종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수백 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온 그 풍경은, 여행자를 천천히 도시 안으로 이끌어 줍니다.




로비니의 하루는 화려한 관광지보다 재래시장에서 시작해도 좋습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진열된 신선한 과일과 채소, 갓 잡아 올린 생선, 향긋한 허브와 올리브오일.

시장에는 여행자를 위한 연출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현지 상인들의 인사와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여행자는 어느새 손님이 아니라 동네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시장을 지나 구시가지 골목으로 들어서면 로비니의 진짜 매력이 시작됩니다.

좁은 돌길은 미로처럼 이어지고, 오래된 석조 건물 사이로 따뜻한 햇살이 스며듭니다.

창가마다 걸린 꽃, 문 앞에 놓인 작은 의자, 골목을 천천히 걷는 사람들.

이곳에서는 목적지를 정해 걷기보다, 발길이 이끄는 대로 골목을 따라가는 것이 가장 좋은 여행 방법입니다.

길을 걷다 보면 문득 바다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골목 끝에서 만나는 푸른 아드리아해는 로비니가 왜 오랫동안 예술가와 사진작가들에게 사랑받아 왔는지를 말없이 보여줍니다.

어느 방향으로 카메라를 들어도 그림 같은 풍경이 이어지고, 잠시 멈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충분히 행복해집니다.




여행의 마지막은 작은 레스토랑에서 천천히 보내는 시간이었습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신선한 해산물과 올리브오일의 향, 잔잔한 파도 소리, 그리고 석양이 붉게 물들이는 항구.

특별한 이벤트는 없지만, 그 평범한 시간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로비니는 유명한 명소를 빠르게 둘러보는 도시가 아닙니다.

골목을 천천히 걷고, 시장을 둘러보고, 카페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고, 맛있는 식사를 즐기며 하루를 보내는 도시입니다.

그래서 여행이 끝난 뒤에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화려한 건축물이 아니라, 그날의 햇살과 바다 냄새, 그리고 여유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아드리아해에는 아름다운 도시가 많지만, '다시 돌아가 하루를 더 머물고 싶은 곳'을 묻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로비니를 떠올릴 것입니다.



여행 정보

로비니는 크로아티아 이스트리아 반도 서해안에 자리한 항구도시입니다.

구시가지는 대부분 보행자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어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기 좋습니다. 재래시장, 성 에우페미아 성당, 항구, 해안 산책로를 함께 둘러보면 로비니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미지로투어는 직접 보고, 직접 걷고, 직접 경험한 유럽의 이야기를 여행노트를 통해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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