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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지붕 너머로 아드리아해가 빛나는 도시, 두브로브니크


크로아티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온 여행은 마침내 두브로브니크(Dubrovnik)​에 닿습니다.

자그레브의 오래된 거리에서 시작해 블레드의 호수와 포스토이나의 지하세계를 지나고, 로비니의 골목과 플리트비체의 폭포, 스플리트의 살아 있는 궁전을 걸어온 끝에서 만나는 도시.

두브로브니크는 이번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충분한 풍경을 품고 있습니다.


높고 단단한 성벽, 주황빛 지붕이 이어지는 구시가지, 그리고 도시를 감싸는 짙푸른 아드리아해.

사진으로 여러 번 보았던 풍경이지만 실제로 마주하면 도시 전체가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성처럼 느껴집니다.




바다에서 바라본 로브리예나츠 요새

두브로브니크의 첫인상을 바다에서 바라보면 도시의 모습이 더욱 분명하게 다가옵니다.

가파른 바위 절벽 위에는 로브리예나츠 요새(Lovrijenac Fortress)​가 바다를 향해 우뚝 서 있습니다.

성벽 바깥쪽에 홀로 자리한 이 요새는 오랜 세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두브로브니크를 지켜온 방어시설이었습니다.

거친 바위와 단단한 성벽, 그 아래로 부딪히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 도시가 아름다운 휴양지이기 전에 자신의 자유와 삶을 지켜온 해양도시였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바다 위에서 바라본 요새와 구시가지의 성벽은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도 하나의 거대한 방어선처럼 이어집니다.

그 웅장한 풍경은 두브로브니크 여행의 시작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줍니다.




성벽 위에서 만나는 두브로브니크

두브로브니크를 가장 가까이 이해하는 방법은 구시가지를 둘러싼 성벽을 직접 걷는 것입니다.

계단을 따라 성벽 위에 오르면 한쪽에는 붉은 지붕들이 촘촘하게 이어지고, 다른 쪽에는 푸른 아드리아해가 끝없이 펼쳐집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같은 도시도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좁은 골목과 작은 광장, 교회의 종탑과 시민들의 집이 하나의 오래된 그림처럼 이어집니다.

바다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절벽 아래로 부딪히는 파도와 수평선 위를 천천히 지나가는 배들이 보입니다.

성벽을 걷는 동안에는 서두를 이유가 없습니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열리고, 햇살의 방향에 따라 지붕과 바다의 색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두브로브니크의 성벽은 단순히 도시를 둘러싼 구조물이 아니라, 이곳의 역사와 오늘을 함께 바라보는 긴 전망대입니다.




도시 전체를 품는 스르지산

두브로브니크의 모습을 가장 넓게 바라보고 싶다면 스르지산(Mount Srđ)​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정상에 도착하면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와 로크룸섬, 그리고 끝없이 펼쳐지는 아드리아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주황빛 지붕들이 반듯하게 모인 구시가지는 높은 곳에서 보면 마치 바다 위에 놓인 작은 보석처럼 보입니다.

오랜 세월 도시를 지켜온 성벽도 이곳에서는 하나의 선명한 윤곽으로 드러납니다.

정상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과 함께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도 두브로브니크 여행의 특별한 순간입니다.

수많은 관광객이 오가는 구시가지에서 잠시 벗어나 높은 곳에서 도시 전체를 바라보면, 조금 전까지 걸었던 골목과 광장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바다와 하늘이 따뜻한 빛으로 물들고, 붉은 지붕은 더욱 깊은 색을 띱니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구시가지의 시작, 오노프리오 분수

필레 게이트를 지나 구시가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오노프리오 분수(Onofrio’s Fountain)​를 만나게 됩니다.

둥근 석조 지붕과 여러 개의 물길을 가진 이 분수는 과거 도시로 물을 공급하던 상수도 시설의 일부였습니다.

오늘날에는 여행자들이 잠시 쉬어가거나 약속 장소로 삼는 구시가지의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오래전 시민들의 생활에 꼭 필요한 물을 제공했던 시설이 지금도 도시 한가운데 남아 있다는 사실은 두브로브니크가 과거의 역사를 오늘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분수 주변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여행객과 현지인의 하루가 한 공간에서 섞입니다.

유명한 유적을 보는 순간보다 이런 평범한 풍경이 오히려 도시의 진짜 모습을 가까이 느끼게 해 줍니다.




길을 잃어도 좋은 골목

두브로브니크의 중심에는 반듯한 대로가 있지만, 진짜 매력은 그 길에서 조금 벗어났을 때 시작됩니다.

좁은 돌계단을 오르고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여행객으로 붐비던 분위기가 조금씩 잦아듭니다.

오래된 돌벽과 작은 창문, 문 앞에 놓인 화분, 골목 사이로 걸린 빨래와 조용한 식당들이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골목은 때로 가파르고 미로처럼 이어지지만, 길을 잃는 것조차 여행의 일부가 됩니다.

계단 끝에서 갑자기 바다가 보이기도 하고, 작은 광장이나 오래된 성당을 뜻밖에 만나기도 합니다.

두브로브니크는 유명한 명소만 따라 걸을 때보다 골목에서 잠시 방향을 잊었을 때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시입니다.




밤이 되면 다시 태어나는 도시

낮의 두브로브니크가 햇빛과 바다가 만든 도시라면, 밤의 두브로브니크는 조명과 사람들의 목소리로 완성됩니다.

해가 지고 성벽과 석조 건물에 불빛이 들어오면 구시가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변합니다.

낮 동안 뜨겁게 달아올랐던 돌길은 서서히 식고, 식당과 카페의 테이블에는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거리 음악이 골목을 따라 퍼지고, 오래된 건축물은 부드러운 조명 아래 더욱 깊은 표정을 보여줍니다.

밤거리를 천천히 걷다 보면 이 도시가 단순히 아름다운 관광지가 아니라 지금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만나고, 웃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밤을 두브로브니크에서 보낸다면 서둘러 호텔로 돌아가기보다 조명이 비친 돌길을 한 번 더 걸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낮에는 보이지 않던 도시의 또 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의 마지막에 남는 풍경

두브로브니크는 한 장의 사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도시입니다.

바다에서는 견고한 요새로 보이고,

성벽 위에서는 붉은 지붕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그림이 되며,

스르지산에서는 아드리아해에 떠 있는 작은 도시처럼 보입니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사람들의 생활이 보이고, 밤이 되면 오래된 돌길 위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두브로브니크의 아름다움은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습니다.

바다와 성벽, 산과 골목, 낮과 밤이 함께 모여 하나의 도시를 완성합니다.

자그레브에서 시작해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를 따라온 이번 여행도 이곳에서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여행이 끝난 뒤 가장 오래 남는 것은 방문한 도시의 수가 아니라 그곳에서 잠시 멈추어 바라보았던 순간들입니다.


스르지산에서 내려다본 붉은 지붕,

성벽 아래로 펼쳐진 푸른 바다,

밤이 찾아온 골목길의 따뜻한 불빛.

두브로브니크는 여행의 마지막에 도착했지만, 마음속에서는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하게 만드는 도시였습니다.



여행 정보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는 대부분 도보로 여행하지만 돌계단과 경사진 골목이 많으므로 편안한 신발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벽은 그늘이 적은 구간이 많아 더운 계절에는 이른 오전이나 늦은 오후에 걷는 편이 한결 여유롭습니다.

스르지산에서는 날씨가 맑을 때 구시가지와 주변 섬, 아드리아해를 넓게 조망할 수 있습니다. 강한 햇빛과 바람에 대비해 물과 모자, 가벼운 겉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 여행노트를 마치며

자그레브의 역사적인 거리에서 출발한 여행은 블레드의 고요한 호수와 포스토이나의 신비로운 동굴을 지나, 로비니의 골목과 플리트비체의 물소리를 만났습니다.

스플리트에서는 고대 로마의 궁전 속에서 이어지는 오늘의 삶을 걸었고, 마지막으로 두브로브니크에서 성벽과 아드리아해가 만들어 낸 깊은 풍경을 마주했습니다.

도시와 자연, 역사와 일상이 이어진 이번 여행은 같은 지역 안에서도 얼마나 다양한 유럽을 만날 수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여행은 끝났지만, 그 길에서 만난 순간들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습니다.



미지로투어는 직접 보고, 직접 걷고, 직접 경험한 유럽의 이야기를 여행노트를 통해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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