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앤드루스 골프장의 특징은 해안가에 있는 링크스 코스라는 점입니다. 주빌리 코스는 바다를 바로 접하고 있고, 골프공의 방향과 거리에 영향을 미칠 만한 해풍이 계속 붑니다. ‘디오픈’이 열릴 때 바람과 싸우는 선수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한여름인 8월 세인트앤드루스의 날씨는 변덕스럽습니다. 갑자기 비가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불기도 하며 해가 잠시 구름 사이에 숨으면 기온이 뚝 떨어지기도 합니다. 반팔을 입고 있다가도 패딩 점퍼를 걸쳐야 할 정도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코스 주변에 산책로가 있어 관광객은 물론 지역 주민들까지 골프 경기 중에도 산책할 수 있다는 것으로 어떤 때는 이들이 코스 중간을 가로질러 해수욕장으로 갈 때도 있습니다. 올드 코스 17번홀에서 티 샷을 할 때 캐디가 산책 중인 주변인들에게 정지하라고 신호를 보내기도 합니다. 골프장과 주변 주택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아 골프는 주변 환경과 더불어 공존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올드 코스 18번홀에 자리한 스윌컨 브리지는 포토존으로 이 홀에서 경기 중인 골퍼들이 오면 잠시 자리를 피했다가 이들이 지나가면 다시 되돌아와 사진을 찍는 것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아마 한국이었으면 일반인이 골프 코스에 들어오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코스 주변을 산책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 입니다.
15세기 무렵에 골프는 해안 지방의 거대한 모래 언덕에 펼쳐진 초원에서 양치기들이 주로 심심풀이로 하던 것이 스코틀랜드 골프의 유래입니다. 그들은 지팡이로 돌멩이를 토끼 굴에 넣는 놀이를 즐기곤 했는데, 이것이야말로 골프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스코틀랜드는 자연 환경도 골프를 하기에 이상적이었는데, 옛날부터 출입이 자유로운 공유지였기 때문에, 골프가 발전할 수 있는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었다고 봅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던 링크스를 신이 창조한 것이라고 하여, 인공적으로 조성된 골프 코스보다 격이 높은 것으로 여겼고, 브리티시 오픈 대회를 골프 링크스에서 개최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입니다.
1764년 스코틀랜드의 St. Andrews에서 종래에 통일이 되지 않았던 홀 수를 18개로 개조하였는데, 이것이 모델이 되어 현재 쓰는 코스가 탄생하였다. 이때부터 골프의 기술적 수준이 스코어에 의해 기록에 남게 되었습니다.
클럽하우스에는 영친왕이 일제 강점기였던 1927년 유럽 순방을 떠나 8월 말 세인트앤드루스 골프장을 방문해 찍은 사진있습니다. 그런데 그 역사에 대한 내용은 9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골프장을 여러 차례 고쳤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올드 코스 클럽하우스 내부 벽면에는 1860년부터 ‘디오픈’에서 우승한 선수들의 이름이 새겨진 액자가 부착돼 있다. 또 다른 벽에는 이들의 사진도 걸려 있습니다. 사진에서는 1860년부터 1870년까지 우승자에게 벨트를, 1872년부터는 우승컵을 시상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